일전에 올대 대표팀의 수비에 쓴소리를 좀 했었다. 그리고 오늘 박성화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좀 어이가 없다. "개인기 차이가 많이 났다.." 라니... 물론 개인기 차이 난다. 하지만 분명히 말했듯이 이태리전에서 먹은 골들은 대부분 개인기보다는 수비가 기본을 지키지 못해 먹은 골들이다.
첫골부터 까보자.
이것이 첫골 상황이다. 이태리의 공격 시도가 있었고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튀어나온 뒤 난전 상황이었다. 뭐 좋게 봐주면 난전 상황에서 어이없게 먹은 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득점을 한 로시는 사진상의 빨간 화살표대로 아무 제지 없이 뛰어들어와서 골을 넣었다. A 위치에 있던 수비수들은
모두 볼만 쳐다보느라 로시가 쇄도하고 있는것을 몰랐고 때문에 당연히 마크도 하지 못했다.
사실 볼은 좀 아슬아슬하게 들어가긴 했다. 로시의 감각이 아니었다면 저위치에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 내진 못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 B 위치에 저렇게 큰 공간을 이태리 공격수가 활보하도록 놔두고 있다. 5인의 수비가 로시 하나를 못막은것도 문제고 애당초 5명씩이나 저기에 가 있는것도 문제다.
로시 쇄도 잘 했고 (막을수 있었지만) 트래핑도 잘 했고 슈팅 기가 막혔다. 뭐 슈팅만 가지고 골이 난거라면 화가 덜난다. 어짜피 이태리는 강팀이고 이런 1골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화나는 것은 B 지역의 공간이다. 로시가 조금 욕심을 덜 내서 B 위치로 패스했더라도 어짜피 1:1 챤스로 대략 0.5골의 결과이다. 잊지 말아야 하는것이
축구는 선수가 아니라 공간에 패스하는 게임이고
수비수는 볼보다 항상 상대 선수 위치를 파악하고 공간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
이 실수는 반복되고 결국 두번째 실점으로 이어진다. 두번째골 득점 상황을 보자.
이태리 측면 공격수가 우리나라 수비 두명을 개인기로 제끼고 돌파해 왔다. 인정해야 할것이 분명히 이렇듯 개인 기량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특급 선수라 하더라도 수비수를 무한정 제낄수는 없고 축구에서 한번 제껴지는 것이 골로 연결되는 것은 위험한 역습 상황이 아니고서는 드물다. 그리고 이런 기량차은 조직력으로 커버해야 한다. 2002년때는 그랬었다. 하지만 이친구들... 모두 볼만 보고 뒤의 공간을 케어하는 선수는 한명도 없다.
덕분에 A 지역에 당황스런 공간을 내주고 말았고 문제가 좀 심각해졌다. 왼쪽 측면에 돌파된것까진 기량차이니 어쩔수 없다고 치자. 측면이 돌파 당하면 크로스를 받을 선수를 마크해야한다. 그런데 첫번쨰골에서 공간을 내줬듯이 이번에는 A 지역에 아예 '어서오십쇼' 하고 공간을 저렇게 내주고 있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라치오의 특급 스트라이커는 크로스를 이어받아 보기좋게 골을 성공시켰다.
B 가 크로스 제지를 도와주려 한것은 이해하자. 그런데 D 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그저 볼만 바라보고 있다. 그는 저 위치에서 아무런 공격도 방어할 수 없다. 그리고 C 는 왜 앞으로 뛰어가고 있는 것일까? 크로스가 낮게 깔려 들어오면 어짜피 자신 앞의 선수를 방어할 순 없다. 되려 PK 를 얻어낼 공산이 크다. 왜 A지역으로 뛰어들어 슈팅각도를 좁혀주지 않는것인가? (왜냐하면 역시 공간은 안보고 볼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렇듯 수비 둘의 삽질이 덧붙여짐으로 인해 A 라는 공간이 생기고 골이 터진다. 축구란 트릭 한번, 실수 한번으로 쉽게 골이 터지지 않는다. 이렇게 실수의 연속과 총체적인 부실이 골을 만들어 낸다.
이제 세번째 골을 까보자.
이태리 선수의 논스톱 트래핑에 의해 출발 속도에가 차이가 나서 왼쪽 측면을 돌파당했다. 따라가고 있는 수비수들의 스피드는 공격수의 드리블 속도보다 느리다. 이런 개인 기량 차이는 인정한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하는것은 이런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의 대응이다.
A 는 참으로 어중뜨는 판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센터서클 근방에서 볼만 쳐다보면서 그저 앞으로 달려올 뿐이다. 빨간 지역에서 이태리 공격수가 쇄도해 오는것도 모르고 말이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까지 왔고 뒤의 두 수비수는 이미 처져서 수비에 가담이 불가능하다. 이때 A 의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보통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볼을 가진 선수쪽에 붙어서 크로스를 방해함과 동시에 슈팅을 저지하고 반대쪽을 골키퍼에게 맡기던가, 아니면 차라리 쇄도하는 선수쪽에 붙어서 슈팅각을 제한하거나. 그런데 그는 그저 가운데로 달릴 뿐이다. 이정도 실수는 거의 골로 직결된다.
당연히 크로스는 빨간 공간으로 올라갔고 A 는 상당히 어중뜬 포지션에서 크로스를 막지 못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바로 이때 벌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이태리 선수의 슈팅은 포스트바를 맞고 튕겨 나왔다. A 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면 2차 슈팅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대의 슈팅과 동시에 뛰기를 멈췄고 포스트바를 맞고흘러나온 볼은 공격수에게 2차 슈팅을 허용했다. 그리고 골인.
슈팅이 이미 이뤄 졌더라도 골인/아웃이 선언되기 전까지 수비수는 경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골키퍼가 막고 튀어나온 볼이 2차 슈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이런것은 기본중의 기본이고 마인드의 문제이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선수들의 마인드, 그리고 수비수준은 100% 감독의 책임이다. 스피드 떨어지는거 인정한다. 개인기 떨어지는거 인정한다. 하지만 감독은 그걸 몰랐는가? 그것을 보완하는 전술과 팀웍을 만들어 내는것이 감독의 자리다. 저 3골이 모두 '개인기 부족' , '기술 차이' 로 인해 먹은 골들이라고 생각하는가? 절대 아니다.
축구에서 수비가 기본이 되어있는지 안되어있는지 알아보는것은 간단하다. 수비수가 경기 도중 무엇을 보고있는지를 보면 된다. 그저 볼만 쳐다보며 뛰어다니고 주위 공간을 살펴 보지 않는다면 이미 볼장 다 본 것이다. 이후의 경기는 볼 필요도 없다. 온두라스 같은 팀이 아니고서야 이런 팀을 상대로 골을 못넣을수는 없다.
히딩크 이전의 한국 축구가 그랬고 이번 올림픽 대표가 그랬었다. 참고로 2002년 독일전 준결승에서 먹은 결승골은 팀웍을 다진 주축수비수의 부상으로 인해 교체로 들어온 이민성이 역시 '골만 보고 뛰어가다' 공간을 내줘서 먹었다. 그땐 주축들이 부상이라 어쩔수 없었다 치자. 이번은 대체 무어냐? 박성화 감독은 훈련기간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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